[이전 글]
2023년 11월 13일 (월) [황야의 우나이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의원과의 인터뷰(전화연결): 여 ‘노란봉투법·방송법’ 尹 거부권 믿고 ‘이동관 구하기’ 안간힘? ‘이정섭·손준성’ 검사 탄핵 재추진… 한동훈 “李 수사 보복 탄핵.” 이준석 천아용인과 수도권 기반 창당?… 국힘 현역 동참하나. “질식할 지경” “공산당 같아”… 비명계 모임 만들어 집단탈당 시사?
[다음 글]
2023년 11월 14일 (화)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와의 인터뷰: 美 첫 차세대 원전 SMR 사업 무산…누가 타격 입었나. 뉴스케일 파워, 미국 원전 업계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 尹정부, SMR 사업에 사활 건 이유는? 소형모듈원자로 SMR, ’차세대 기후 위기 대안’으로 불려…실상은?

2023년 11월 13일 (월) 시그프리드 헤커 미국 핵물리학자ㆍ북핵 전문가와의 인터뷰(사전녹화): 영변 핵시설을 방문한 핵 과학자… 그가 본 ‘북핵의 변곡점’은? 미국은 왜 북한의 핵 전략 협상과 대응에 안일했나? 핵 과학자가 직접 겪은 북핵위기의 핵심과 실패 원인. 신냉전 구도에 핵심 변수가 된 핵무력… 해법과 기회는?

인터뷰 전문
Views: 167

 

* 내용 인용 시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제2공장] (사전녹화) 영변 핵시설을 방문한 핵 과학자… 그가 본 ‘북핵의 변곡점’은? 미국은 왜 북한의 핵 전략 협상과 대응에 안일했나? 핵 과학자가 직접 겪은 북핵위기의 핵심과 실패 원인. 신냉전 구도에 핵심 변수가 된 핵무력… 해법과 기회는? ▷시그프리드 헤커 / 미국 핵물리학자ㆍ북핵 전문가

 

▶김어준 : 인류 최초의 핵폭탄 프로젝트, 맨해튼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의 소장을 역임했으며 그리고 외부인으로는 북한 영변 핵시설을 최초로 그리고 여러 차례 시찰한 세계적인 핵 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 저희가 스튜디오에 직접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시그프리드 헤커 : 감사합니다. 저도 이렇게 이 자리에 오게 돼서 아주 기쁩니다.

▶김어준 : 제가 명성은 오래 전부터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 뵙게 돼서 너무 반갑습니다. 제가 책을 잘 안 읽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쓰신 <핵의 변곡점> 이 책은 제가 읽어봤어요.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 핵 과학자가 핵과학을 이야기하고 외교 전문가가 핵과 관련된 외교를 이야기하는 건 제가 많이 접했는데, 핵물리학자가 외교적 통찰을 가지고 이런 책을 쓴 건 제가 처음 접했거든요. 국제외교에 대한 경험 또는 관점을 어떻게 가지시게 된 겁니까?

▷시그프리드 헤커 : 제가 맨해튼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로스알라모스 연구소에 처음 갔던 게 1965년입니다. 여름에 인턴으로 처음 갔는데요.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거기서 20년 동안 핵물리학자로 일을 했습니다. 맨해튼 프로젝트로 유명한 오펜하이머, 그분도 역시 또 로스알라모스의 소장으로 역임을 하셨었는데요. 제가 5대째 소장직을 맡게 되면서 사실 그때 굉장히 젊었고 아직 그냥 과학자였을 뿐이지만 제가 직접 이 연구소를 이끌게 된 것이 1986년이었습니다. 그때 바로 구 소련의 해체가 막 시작된 때였죠. 구소련의 해체로 인해서 핵과 관련된 환경이 세계적으로 극적으로 변화를 겪기 시작을 했고 제가 로스알라모스라는 연구소를 제대로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그냥 과학자 역할만 하는 것으로 충분치 않았었습니다. 외교적으로 관여를 할 수밖에 없었죠. 특히 구 소련의 붕괴로 인해서 이것이 세계적인 핵 재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그것을 방지해야 하는 임무가 저에게 주어졌습니다. 그러다가 1991년 12월 드디어 소련이 해체가 되죠. 그러면서 러시아와 14개의 국가들로 나뉘게 됩니다. 그때 제가 러시아를 방문하게 되었었는데요. 러시아판 로스알라모스라고 할 수 있죠. 러시아의 이 비밀 핵 연구소, 여기에 방문을 하게 됐었는데요. 그 후 제가 57번을 더 러시아를 방문하게 됩니다. 과학자로서도 갔지만 외교팀의 일원으로서도 여러 가지 역할을 하게 되었었습니다. 이때 러시아 상황이 핵 무기도 그렇고 핵 관련된 인력도 그렇고 핵 연료들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핵 재앙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일들을 했었어야만 했죠. 그러다 1994년에 중국을 또 방문하게 됐고 중국도 39번을 방문을 하게 됩니다. 제가 2004년 북한을 처음 방문을 했는데요. 그것과 관련한 연습을 미리 충분히 쌓았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북한을 처음 방문했던 시점에 러시아 중국은 물론이고 영국 프랑스 그 외에도 다른 여러 핵 보유국들을 방문한 그런 경험을 쌓았고요. 그런 경험을 통해서 기술 영역 그리고 외교 영역 이 두 부분을 잘 통합해서 우리가 볼 필요가 있다, 이런 결론에 다다르게 됐죠.

▶김어준 : 과학자로서 외교관의 경험을 동시에 가지게 된, 굉장히 드문 위치에 계셨는데 북한 영변 핵단지도 2004년부터 2010년까지 7차례나 방문을 하셨단 말이죠. 북한은 왜 자신들의 비밀 핵단지를 박사님한테 공개를 했을까요?

▷시그프리드 헤커 :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제가 처음 북한을 방문했을 때 정말 굉장히 저를 놀라게 했던 거는요. 영변에 정말 핵심 시설들 원자로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화학 설비들까지 다 보여줬다는 겁니다. 플루토늄이 들어 있는 유리 단지를 제가 손으로 집어볼 수 있게까지 해줬어요. 저도 그 질문을 저한테 했습니다.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나라가 왜 이렇게 모든 것을 다 보여주고 공개할까, 이건 제 의견입니다만 아마도 미 정부 이게 우리 이렇게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라는 걸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지 않았나 제가 처음 북한을 방문했을 때 그때 부시 행정부였는데요. 사실 북한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핵무기를 개발할 능력이 있어, 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우리한테 좀 관심을 가져줘, 우리 지금 관계 정상화하고 싶단 말이야 이런 시그널을 보낸 게 아닌가, 저는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 후로 제가 7번 북한을 갔었는데요. 갈 때마다 저에게 더 많이 보여줬죠. 그리고 북한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핵심 외교 관료들과도 굉장히 많은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김어준 :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했고 그런데 미국은 북한에 관심이 없었고. 그러자 북한은 나를 말리지 않으면 핵을 개발하겠다 라는 걸 드러냄으로 해서 미국의 관심을 끌고, 나를 말려라, 말리는 방법은 당신과 우리의 관계 정상화다 이런 메시지였네요.

▷시그프리드 헤커 : 네. 지금 제가 갖고 있는 의견과 거의 일치합니다. 1990년대쯤부터 김일성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그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죠. 그때 당시 상황이 그랬습니다. 냉전이 끝나고 러시아는 더 이상 북한에 관심이 없고. 그리고 중국은 사실 늘 강압적인 태도를 견지했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로 눈을 돌리기 시작을 한 거죠.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약한 모습 보이면서 굽히고 들어가기는 또 북한이 싫었던 겁니다. 그래서 이중 경로로 접근을 했다고 할까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핵무기 개발을 계속 하는데 또 한편으로는 외교적 접근도 함께 시작을 하는 거죠. 외교적 접근이 실패한다, 그럼 핵무기를 개발해 놓고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이중 경로 접근법을 취한 겁니다. 이런 접근법이 재가 책에서도 밝혔지만 30년 동안 북한이 계속해 왔습니다. 김일성에서 시작해서 김정일, 김정은까지 계속해서 이것을 유지하면서 우리 관계 정상화하자, 손을 꾸준히 내밀어 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 측에서는 유일한 관심이 ‘핵무기 가지지 마. 비핵화 해’ 이거 밖에 관심이 없었던 거죠. 북한 측에 이 문제가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었다는 겁니다. 핵무기뿐만 아니라 경제적 문제든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 부분을 미국이 놓친 거죠. 그렇기 때문에 변곡점마다 즉 중요한 전환이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지점마다 사실은 그 부분을 놓쳤기 때문에 잘못된 결정을 미국이 내리게 됐던 겁니다. 조금 더 거기에 대해서 대답을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이게 너무 좋은 질문이었고 제가 이 책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정말 핵심 메시지이기 때문에요. 북한이 핵무기를 만드는 거 누구도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남한, 러시아,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도 그거를 못하게 할 수는 없었죠. 저는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그러나 미국이 말릴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북한이 핵무기를 못 만들 게 말릴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그런 기회를 놓쳤다. 그러니까 미국 책임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만든 게 아니라 그거를 말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저는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김어준 : 자,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이제 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가장 최근에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는 하노이 회담에 실패하면서 중단됐단 말이죠. 그런데 이제 북한은, 북한과 미국이 동시에 병행해서 단계적으로 상호 조치를 취해간다, 라고 주장하고 있었고 협상팀의 책임자 비건도 북한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지 않았냐. 그리고 트럼프도 하노이에서 합의를 원하지 않았냐, 북한을 이해하는 협상팀 그리고 원하는 대통령이 있는데도 실패했단 말이죠.그 실패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볼턴 이야기부터 좀 시작해 볼게요. 볼턴은 이 하노이 합의를 막으려고 했습니까?

▷시그프리드 헤커 : 트럼프 행정부 초기 시절로 한번 돌아가 보죠. 트럼프가 막 새로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입니다. 전혀 국제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경험이 전혀 없는 그런 대통령이었고. 그때 당시에 트럼프가 북한에 접근한 방식 사실 굉장히 위험한 방식이었죠. 그것 때문에 세계가 굉장히 위기였다, 위험한 상황에 빠졌다, 그렇게 믿습니다. 그러다가 2017년 말쯤 됐을 때 아주 재미있는 일이 일어납니다. 김정은도 그렇고 트럼프도 그렇고 서로 ‘아 나 이제 대화할 준비가 돼 있어’ 이렇게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기 시작을 한 겁니다. 그러면서 남한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런 일련의 사건들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게 되죠. 그때 트럼프가 정말 모든 걸 다 잘했어요. 특히 중요한 것은 이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 이 둘을 묶어서 함께 제시를 한 겁니다. 북한 측이 정말 가장 듣고 싶었던 그런 말이에요. 이게 2018년 6월의 상황이었죠. 그런데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서 그다음 정상회담까지 굉장히 준비할 게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싱가포르 회담에서는 윤곽만 잡은 거니까요. 그런데 하노이 회담이 실패로 돌아갔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 측의 실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요. 김정은 입장에서는 외교라는 것은 트럼프하고 1대 1로 하는 거다, 트럼프와 직접 내가 소통하는 거다, 이렇게 본 겁니다. 그래서 직접 통화를 하든 아니면 서한으로 하든, 자기가 직접 그것을 챙기면서 실무진에게 독립적으로 하노이 회담을 위해서 준비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외교팀에서 준비한 게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이것은 그냥 제 의견일 뿐임을 밝히고 넘어가겠습니다. 두 번째는 트럼프 행정부 측에서 일어났던 일일 텐데요. 바로 볼턴이 정부로 돌아온 거죠. 아주 핵심 요직으로 돌아온 건데요. 이 볼턴은 이미 부시 행정부 때, 클린턴 때 마련됐던 핵협정이죠. 그것을 2002년 2003년 그때 완전히 깨어버린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2018년에도 마찬가지로 북한과의 협상의 산통을 완전히 깨놓는 그런 일을 합니다. 이 볼턴은 아주 영리한 사람이에요. 트럼프에게 설득을 시킨 거예요. 이 하노이 회담을 무산시키는 게 트럼프 개인에게나 또 정치적으로나 훨씬 더 유리하다. 트럼프는 하노이에 와서 북한과 실제로 딜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책에서도 자세히 설명을 했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김정은이 하노이 회담에서 당시에 양보를 충분히 안 했다 그렇기 때문에 회담을 무산시켜버린 게 트럼프가 잘한 거다,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저는 절대 그렇지 않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분명히 기회가 있었어요. 충분히 그 기회를 잡아서 따라가 볼 그럴 만한 여지는 분명히 충분히 있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성사가 안 됐죠. 이 볼턴이 하노이 회담 때 주어진 이 기회를 또 산통을 깨버린 겁니다.

▶김어준 : 워싱턴의 일반적인 인식은 영변은 어차피 낡고 무의미한 것이다라는 식으로 북한의 제안은 별 게 아니다, 이런 평가가 있었단 말이죠. 그런데 이제 박사님은 당시에도 그렇지 않다고 말했고 지금도 그 기회를 잡았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영변 시설 폐쇄가 의미하는 바를 당시 트럼프 대통령 혹은 트럼프 대통령의 팀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 이 전문가로서 영변 시설의 폐쇄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그때 보셨고 지금은 생각하시는지?

▷시그프리드 헤커 : 저는 하노이가 이제 책의 제목이기도 합니다만 아주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굉장히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그런 지점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그 지점을 놓쳤던 거기서 아직 회복이 안 되고 있습니다. 제가 당시 정부에 자문한 것은 영변 시설의 폐쇄와 김정은이 트럼프한테 보낸 서한에서 약속했던 것들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같이 이루어지게 되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멈추게 하거나 혹은 상당히 늦추게 하거나 그럴 만큼 충분한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 정도면 긍정적인 이제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기에 충분한 정도다. 제가 그때도 말씀드렸고 지금도 여전히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요. 영변은 북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핵심이라는 겁니다. 물론 영변이 유일한 시설은 아니었죠.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방문을 해봤습니다. 그 영변 설비가 낡고 의미없다? 그렇지 않습니다. 영변의 원자로는 1986년에 가동을 시작했고요. 플루토늄 재처리 설비는 1990년대쯤에 시작을 했습니다. 이게 로스알라모스에 있는 설비들보다 오히려 더 나중에 만들어진 설비들이에요. 낡고 무의미하다? 전혀 또 아닙니다. 그때 제가 봤던 원심분리기를 통한 고라니 농축 설비 아주 최신 설비였습니다. 사실 하노이 회담이 무산된 것은 정치적인 결정이었죠. 물론 영변의 설비 폐쇄, 이걸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겠죠. 첫 단계였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턴은 정치적 이유로 하고 싶지가 않았던 거거든요. 그런 기회를 물리치면서 기술적 이유를 댄 겁니다. ‘영변 시설 폐쇄? 그건 너무 낡아서 의미 없어’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그것은 그냥 핑계일 따름입니다.

▶김어준 : 북한은 영변뿐만이 아니라 북한 핵무기 연구소의 폐쇄도 같이 제안했거든요. 박사님 책에서 영변 핵시설 폐쇄와 북한 핵무기 연구소 폐쇄 이 두 가지를 결합하면 굉장히 의미 있는 조치다, 라고 평가하셨거든요.

▷시그프리드 헤커 : 네. 맞습니다. 우선 영변이 폐쇄되게 되면 북한 측의 핵무기 설비에 굉장히 큰 부분이 없어지게 되죠. 플루토늄은 북한에서 영변에서밖에 생산을 못했어요. 이 플루토늄이야말로 또 핵무기 연료로 가장 선호되는 원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영변을 폐쇄하게 된다는 것은 이 플루토늄 재처리가 불가능하게 된다는 거 그리고 우라늄 고농축 역량 이 두 가지가 상당히 손상을 입게 된다는 거죠. 진지한 협상을 시작하고 진행해 나가기에는 충분한 정도의 그런 양보였다. 제가 또 책에서도 여러 번 지적했던 문제인데요. 이 영변 폐쇄 외에도 바로 북한의 핵 연구소, 제가 이 책에서 여기에 대해서 언급을 한 이유는요. 이 북한의 핵무기 연구소를 폐쇄한다라는 얘기가 처음 나온 게, 김정은이 트럼프한테 보냈던 서한 2018년 9월 6일 자 서한인데요. 이 연구소가 미국의 로스알라모스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즉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 프로그램에 두뇌의 역할을 하고 있는 데가 아닌가. 미국에서 만약에 로스알라모스, 로스알라모스의 자매 연구소가 있습니다. 로렌스 리버모라는 데인데요. 이 두 연구소를 만약에 폐쇄한다, 그럼 미국의 핵무기는 그냥 끝입니다. 군대가 갖고 있는 핵무기도 아무 쓸모가 없어요. 연구소와 기술적 지원을 받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한에서 김정은이 이것을 언급했다는 얘기를 듣고, 아 지금 굉장히 진지하구나. 제가 정부에 여러 사람들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 연구소, 여기에 대해서 물어봤어요. 근데 정말 아무도 여기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그 이유가 볼턴 같은 사람들이 그냥 무시해버린 겁니다. 아무 알맹이가 없어, 이런 식으로 그냥 무시를 해버린 거죠. 그리고 질문이 아주 좋았었기 때문에 한 가지만 더 얘기를 하겠습니다. 아까 이제 볼턴의 역할에 대해서 얘기를 하셨었는데요. 맞습니다. 분명히 볼턴 때문에 굉장히 큰 타격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실패의 유일한 이유는 아닙니다. 2000년 이후 모든 정부가 사실은 다 실패를 했어요. 변곡점마다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실패를 한 겁니다. 이런 변곡점이 부시 행정부 때도 있었고 오바마 행정부 때도 있었고 트럼프 행정부 때도 있었어요. 사실 오바마도 북한 문제에 그렇게 관심이 없었어요. 특히 오바마가 처음 취임했을 때 김정일이 로켓을 쏘는 걸로 화답을 합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그 충격에서 회복을 끝까지 못했어요. 그리고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하지 않게 되는 그런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한 이십 몇 년 사이에 세상이 또 크게 바뀌었어요.

▶김어준 : 볼턴의 영향 말씀하셨고. 그리고 미 행정부가 어떻게 실패해 왔는지 말씀하셨는데 가장 최근에 하노이에 대해서 원인을 또 찾아보자면 당시 트럼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원의 청문회가 트럼프의 관심을 뺏어갔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회담의 전문적인 내용을 이해할 만큼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영변 시설에 폐쇄 의미가 어떤 건지 이해를 못했다. 이런 요인도 있었던 것 같고. 김정은 입장에서는 영변과 핵무기 연구소 폐쇄까지 제안했는데도 하노이가 실패하면서 바로 그날이 이 변곡점이 만들어진 거 아니냐. 그리고 그게 지금 언급하신 변곡점 중에는 가장 심각한 변곡점 아니냐?

▷시그프리드 헤커 : 네. 정말 맞는 말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당시 트럼프가 미국 내 이슈로 정신이 너무 팔려 있던 것도 있고요. 또 영변 핵시설 폐쇄, 또 핵무기 개발 연구소 폐쇄. 이런 거에 대해서 이해도 잘 못 했고 거기에 또 한 가지 존 볼턴이 쓴 책을 보면 좀 볼턴이 아주 노골적으로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내가 트럼프 코칭을 했다, 하노이 회담을 무산시키도록 내가 준비를 시켰다. 트럼프한테 하노이 회담이 무산되는 게 정치적으로 훨씬 유리해, 라고 설득을 시켰다는 겁니다. 사실 제 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게 그거예요. 기술적인 부분 핵문제에 대해서는 평생을 제가 바쳐왔던 전문 분야고 또 외교 분야에 있어서도 꽤 오랫동안 일을 해왔습니다. 최선의 결정, 최선의 결과가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두 가지 기술적인 요소, 외교적인 요소 이 두 가지가 통합적으로 함께 고려가 돼야 된다라는 겁니다. 제가 부시 때도 오바마 때도 트럼프 때도 자문을 해왔고 외무부 장관들하고도 참 대화를 많이 해봤습니다. 특히 트럼프 같은 경우는 여기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었어요. 볼턴은 이해했습니다. 다만 정치적인 이유로 거기 가고 싶지 않아 했던 거죠. 그 회담 중에서 질문이 있었어야 해요. 김정은이 핵무기 개발 연구소를 폐쇄하겠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 협상 팀에서 누군가가. 2018년 9월 6일 자로 보낸 서한에서 연구소를 폐쇄하겠다 이런 얘기를 하셨는데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죠? 라고 질문을 했었어야만 했어요. 근데 아무도 질문조차 하지 않은 겁니다.

▶김어준 : 자, 북한의 핵 관련 정책에 대해서 외교와 핵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중 경로 전략이라고 표현을 하셨는데 그런데 미 행정부가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매번 놓쳐왔다고 평가하셨거든요. 그리고 놓칠 때마다 변곡점이 발생했고 그 중의 가장 심각한 변곡점은 하노이다. 그런데 예를 들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미국 시민의 절반 이상은 재앙과 같이 여기긴 하겠지만.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되는 그 가능성만을 놓고 보자면 그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시그프리드 헤커 : 그건 너무 큰 대가를 치르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너무 큰 희생이겠죠. 궁극적으로 이 문제는 결국은 남한과 북한 사이에서 해결이 돼야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분명히 미국이 개입을 해야 되고 남한과 긴밀한 협조 안에서 해야 되겠죠. 지난 30년 동안 북한이 추구해왔던 정책이 있어요. 미국과의 외교 정상화입니다. 그런데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에 지금 북한이 이 전략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라는 겁니다. 제가 지금 북한 상황을 굉장히 면밀히 관찰하고 있습니다. 아주 근본적인 전략의 재평가, 재정립. 이게 2021년 경에 일어납니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하기 전 근본적으로 정책을 바꾸는 의사결정, 미국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한다, 미국의 요구에 어느 정도 맞춰준다. 이런 거를 내려놓는다는 거죠. 바로 이러한 정책의 급진적인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김정은이 바이든 전화를 안 받은 겁니다. 받을 필요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 북한은 다시 러시아와 중국과 한편이 되는 전략. 그래서 더 이상 이중 경로 전략을 택하지 않고 단일 경로 전략으로 갔다는 겁니다. 즉 핵무기 개발 쪽. 그것만 추진을 한다라는 거죠. 그래서 이렇게 완전히 새로운 전략, 이런 것을 수립한 상황에서 지금 상황을 해결한다. 굉장히 어렵고 굉장히 위험한 상황 해결책은 거의 안 보이는 그런 상황입니다.

▶김어준 : 북한이 30년간은 외교와 핵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중 경로 전략이었고. 그리고 특정 시기에는 외교적 해결에 방점을 두고 그걸 모색할 때가 있었고 그게 이제 하노이였는데. 하노이가 실패하면서 북한의 전략을 크게 수정해서 이중 경로 전략이 아니라, 핵을 추구하는 단일 경로로 바꾼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굉장히 위험한 시기에 들어섰다, 라고 말씀하시는 건데 결국은 남한과 북한이 풀어야 될 거라고 지금 제안하시는 건데

▷시그프리드 헤커 : 네. 전반적인 남북 관계 회복, 경제적인 이슈, 사회적인 이슈, 문화적인 이슈. 이것은 한민족, 한반도의 이슈로 남과 북 사이에서 해결돼야 하죠. 그렇지만 핵무기 이슈는 미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어요. 핵무기에 대한 전략이 바뀌어서 러시아와 중국하고 더 가까워질래, 이런 결정을 한 게 아니라 반대로 먼저 이런 지정학적인 세계 정세를 보고, 우리가 이제 러시아와 중국과 좀 더 가까워져야 되겠다, 이런 결정을 했고 거기에 따라서 핵무기에 관련한 전략도 바뀌었다는 것이죠. 이런 일이 1990년대에도 있었습니다. 북한이 1990년대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와 중국과 더 가깝지 않았습니까? 그러다가 90년대 러시아, 중국이 아니라 미국하고 좀 더 가까워져야 되겠다, 이렇게 결정을 했었고, 그거를 지난 30년 동안 추구를 해왔는데 김정은이 지난 1~2년 사에 이걸 뒤집어버린 겁니다.

▶김어준 : 핵 그 자체가 아니라 북한이 그런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정치 지정학적 환경이 어떤지를 보라, 이런 말씀이신데.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그런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 같긴 한데

▷시그프리드 헤커 : 겸허해야 하는 그런 지점인 것 같은데요. 제가 핵에 대해서는 잘 압니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정부의 자문을 해왔어요. 제가 아는 한에서는 미국의 정치 상황, 한국의 정치 상황 너무 비슷해요. 이렇게 첨예하게 갈려 있는 상황에서 제가 정책적인 제안을 할 만큼 그 정도로 제가 똑똑하지는 못합니다.

▶김어준 : 현명한 대답입니다.

▷시그프리드 헤커 : 공장장님께 그런 말을 듣다니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감히 말씀드리자면 최악의 사태는 방지하기 위해서 인생을 바쳐왔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그러기 위해서 여전히 노력 중에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 누구든지 저에게 질문을 한다면 답을 드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분야는 바로 가르치는 겁니다. 이 젊은 세대를 이 핵에 대해서 좋은 게 뭔지, 나쁜 게 뭔지, 정확히 가르쳐서 제대로 된 자문을 할 수 있는 차세대 과학자들을 키워내는 겁니다.

▶김어준 : 저희가 궁금증이 생겼을 때 전화할 때 즉시, 즉시 전화받고 인터뷰에 응해주시기를 원합니다.

▷시그프리드 헤커 : I’ll be happy to do so.

▶김어준 : 자, 그러면 헤커 박사님을 자문위원으로 방금 위촉한 것으로 그리고 받아들인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돼요?

▷시그프리드 헤커 : 물론이죠. 저는 정치하고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저는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에요. 저는 과학자일 뿐입니다.

▶김어준 : 아주 현명한 말씀이시라고 봅니다. 자, 그러면 북핵과 관련한 이슈가 있을 때 우리 헤커 박사님의 자문이 필요할 때 앞으로 자주 모시는 걸로 하겠습니다.

▷시그프리드 헤커 : 네. 기꺼이 질문이 있으시다면 제가 답을 해 드리겠습니다. 그 이유는요. 공장장님이 저한테 하시는 질문들이 마음에 듭니다. I like your questions.

▶김어준 : 자, 오늘 인터뷰를 여기서 마칠까 합니다.

▷시그프리드 헤커 : 다시 저에게 이렇게 출연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김어준 : 네. 감사합니다.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님이었습니다. 그리고 통역에는

▷통역 : 홍희연이었습니다.

▶김어준 : 감사합니다.

 

 

 

 

 

 

 

 

 

 

 

 

 

 

 

 

 

 

 

 

 

이전 글
2023년 11월 13일 (월) [황야의 우나이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의원과의 인터뷰(전화연결): 여 ‘노란봉투법·방송법’ 尹 거부권 믿고 ‘이동관 구하기’ 안간힘? ‘이정섭·손준성’ 검사 탄핵 재추진… 한동훈 “李 수사 보복 탄핵.” 이준석 천아용인과 수도권 기반 창당?… 국힘 현역 동참하나. “질식할 지경” “공산당 같아”… 비명계 모임 만들어 집단탈당 시사?
다음 글
2023년 11월 14일 (화)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와의 인터뷰: 美 첫 차세대 원전 SMR 사업 무산…누가 타격 입었나. 뉴스케일 파워, 미국 원전 업계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 尹정부, SMR 사업에 사활 건 이유는? 소형모듈원자로 SMR, ’차세대 기후 위기 대안’으로 불려…실상은?